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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건축 양식, 건축사 공부, 건축흐름)

by 여기서해 인테리어 2026. 6. 6.

 

건축사 (건축 양식, 건축사 공부, 건축흐름)

 

솔직히 저는 건물을 그냥 '있는 것'으로만 봤습니다. 학교는 학교, 성당은 성당이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건축사를 조금씩 공부하면서 같은 건물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시대를 읽는 언어라는 걸, 저는 꽤 늦게 깨달았습니다.

 

건축 양식이 바뀌면 시대가 보인다

 

일반적으로 건축 양식은 외형적 디자인의 차이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양식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숭배했으며, 어떤 질서 속에서 살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딕 양식(Gothic Architecture)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고딕 양식이란 12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진 중세 건축 양식으로, 뾰족한 첨탑(Spire)과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높고 좁은 내부 공간이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건물 안에 서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향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제가 유럽 성당 사진을 처음 유심히 봤을 때 이걸 이해하고 나서야 왜 그렇게 천장이 높고, 창문이 그토록 크게 뚫려 있는지가 납득됐습니다. 장식이 아니라 신앙의 경험을 설계한 결과물이었던 겁니다.

 

반대편에는 고전주의 건축이 있습니다. 그리스의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으로 구분되는 오더(Order) 체계가 여기서 나옵니다. 오더란 기둥과 그 위를 받치는 구조물의 비례와 형식을 규정한 건축 언어로, 단순한 장식 규칙이 아니라 질서와 조화를 철학적으로 표현한 방식입니다.

 

균형과 대칭을 통해 이성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이 그대로 기둥 하나에 담겨 있는 셈입니다.

건축 양식의 변화를 시대 순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고전주의: 이성, 균형, 질서 — 그리스·로마의 철학적 세계관
  • 고딕: 신앙, 경외, 수직성 — 중세 종교 중심 사회
  • 르네상스: 인간 중심, 수학적 비례 — 고전 부활과 인문주의
  • 바로크: 극적 공간감, 화려한 장식 — 권위와 감성의 시대
  • 모더니즘: 기능, 구조, 합리성 — 산업화 이후의 새로운 가치관

 

건축사 공부 전후, 제가 본 것이 달라졌습니다

 

건축사를 공부하기 전에는 오래된 건물을 보면서 그냥 "낡았다"거나 "크다"는 인상 정도만 받았습니다. 건축사 공부를 시작한 뒤로는 그 판단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지식이 쌓이면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게 건축만큼 확실한 분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국내를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나 개화기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과 2000년대 이후의 유리 커튼월(Curtain Wall)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종종 만납니다. 커튼월이란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지 않고 외벽만을 담당하는 비구조적 외장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건물 외피를 유리나 금속 패널로 마감해 개방감과 채광을 극대화하는 현대 건축의 핵심 기법입니다. 이 두 건물을 나란히 보면 단순히 세대 차이가 아니라 건축이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바뀌었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 건물이 권위와 상징을 담으려 했다면, 현대 건물은 투명성과 사용자 경험을 먼저 생각합니다.

 

역사적 건축물이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를 알면 감상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보를 아는 것과 실제로 공간을 보는 경험이 결합될 때, 그 효과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습니다. 역사 공부를 책에서만 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었습니다.

 

건축의 흐름을 바꾼 기술과 사회 변화

 

건축의 흐름은 양식의 교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 구조의 변화가 함께 작동하면서 건축은 방향을 틀어 왔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철골 구조(Steel Frame Structure)가 등장하면서 건축의 스케일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철골 구조란 철강 부재를 골조로 사용하는 건축 방식으로, 기존 석재나 목재로는 불가능했던 높이와 넓은 개구부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입니다.

 

여기에 엘리베이터가 결합되면서 초고층 빌딩 시대가 열렸고, 도시의 밀도와 형태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 없이는 오늘날의 도심 스카이라인도 존재할 수 없었겠죠.

 

현대에 들어서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 설계 방식 자체를 뒤바꾸고 있습니다. BIM이란 건물의 물리적·기능적 특성을 3차원 디지털 모델로 통합 관리하는 설계 방법론으로, 설계부터 시공, 유지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데이터로 연결합니다.

 

유네스코(UNESCO)가 세계유산 보존 및 복원 작업에 BIM 기반 디지털 문서화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출처: UNESCO).

 

국내에서도 이 흐름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30년까지 공공 건축 발주 전 과정에 BIM 설계를 의무 적용하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건축이 단순한 도면 작업을 넘어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건축사를 공부하면 도시 읽는 눈이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건축사는 건축 전공자나 관련 직종 종사자들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그 생각이 틀렸다고 봅니다. 교양의 관점에서 건축사만큼 실용적이고 즉각적인 분야도 없습니다. 공부한 내용을 당장 길거리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건축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류가 각 시대마다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공간을 통해 읽는 일입니다. 피라미드는 왕권과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을, 고딕 성당은 신에 대한 경외를, 근대 사무 빌딩은 생산성과 효율을 담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의 문장으로 읽는 것과 실제 건물 앞에 서서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제 경험상, 건축사 공부는 처음부터 두꺼운 전공서를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도시를 걸으면서 "이 건물은 언제 지어졌고, 왜 이렇게 생겼을까"를 스스로 묻는 것에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그 질문 하나가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 전체를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건축이라는 텍스트를 읽을 수 있게 되면,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역사책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경험이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면 가까운 동네 한 블록부터 다시 한번 천천히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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